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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3극 출력관

1. 1930년대 가정용 전축을 장악했던 2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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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RCA에서 1930년대에 가정용 전축이나 소형 극장의 토키 시스템용으로 개발한 3극 직열형 진공관이다. 히터 전력은 2.5V에 2.5A로서 전압이 낮은 특성을 갖고 있으며 교류 점화해도 험에 강한 장점을 갖는다. 당시 웨스턴 일렉트릭이 발매했던 WE300A와 히터 전력을 제외하면 상당히 유사한 스펙을 갖고 있다. 출력은 싱글 구성으로 3.5W를 얻을 수 있는데, (지금 관점에서는) 작은 출력이지만 소리가 단정하고 결이 고와서 특히 자작파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한동안 널리 사용되었던 진공관이므로 변종도 많다. 6A3는 핀 배치는 같고 히터 전압만 6.3V로 변경한 버전이다. 6B4G는 다소 독특한 변종인데, 2A3가 4핀 UX 베이스인데 반해 6B4G는 8핀 GT 타입의 US 베이스를 갖고 있고, 히터 전압이 6.3V이며 직열관이 아닌 방열관 구조로 되어있다. 이외에 2A3W, 5930 또는 6A5G 등은 2A3와 동등관 혹은 유사관으로 분류된다.

2A3의 명관으로는 오리지널 RCA 제품을 꼽는다. 아래에 ‘JAN’이라고 새겨진 제품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는 ‘Joint Army & Navy’의 약어로 미 육해군에 납품되었던 것이다. 이 군용 2A3는 주한 미군 기지에서 심심치 않게 흘러나왔고 저렴한 가격으로 ‘굴러다니던’ 진공관이었는데, 이제는 오리지널 RCA 2A3는 구하기도 어렵고 군용조차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군용이 품질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RCA 외에 실바니아(Sylvania)에서 만든 2A3도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고, 드물지만 켄트론(Ken-Tron)의 제품도 성가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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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A3는 아무래도 출력이 부족하므로 요즘 상품화된 것은 매우 드물다. 멜로디의 아리에타는 2A3를 채널당 두 개씩, 푸시풀로 사용하여 18W의 출력을 내는 인티앰프로서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2. 아직까지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WE300B

아마도 진공관, 출력관 중에서 가장 높은 인지도와 인기를 자랑하는 것이 웨스턴 일렉트릭 300B일 것이다. 웨스턴 일렉트릭에서 1932년 발매한 WE300A를 베이스로 수차례 개선을 통해 1937년 발매되었다.

극장용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초기에는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되지 않았고, 따라서 구하기 힘든 명관의 이미지가 일찌기 굳어진 듯하다. 히터 전압은 5V이며 싱글로 구성했을 때도 8W 내외의 출력을 얻을 수 있어 당시로서는 ‘대형’ 출력관으로 분류되었다. 특히 고역이 화사하고 아름다운 것으로 정평이 나 있고, 출력도 크기 때문에 자작파들에게 인기가 높은 것은 물론이고 유명 메이커들도 상당수의 앰프를 제작하고 있다.

1937년부터 1969년까지 실로 오랜 세월동안 웨스턴 일렉트릭에서 생산되었다. WE300B는 오디오는 물론이고, 미국 NASA에서도 우주 분야에서 정전압 회로의 제어용 진공관으로 사용할 정도로 성능이 우수했는데, 단종된지 5년이 지난 1974년 NASA의 요청에 의해 웨스턴 일렉트릭에서 WE300B를 재생산하기도 했다.

1984년부터 1988년까지는 센트론(Centron)사에서 OEM 방식으로 제조되었고 현재는 중국에서 슈광(Shuguang), 파반(Psvane) 등이 생산하고 있다.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만든 진공관들은 편차가 심한 경우가 많아서 영국의 빌링톤과 같은 회사에서는 이들 진공관을 선별하여 자사의 마크를 붙여 팔기도 한다.

300B와 유사한 진공관으로는 영국에서 STC사가 제조한 4300B가 있고, 캐나다의 노던 텔레콤(Northern Telecom)에서도 300B를 생산했다. 2차 세계 대전 때 군용으로 제조한 300B에는 CW300B라는 명칭이 붙어 있다. 신관으로 KR 오디오, 소피아일렉트릭의 제품들이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중국산을 선별하여 공급하는 미국 풀뮤직사의 제품들도 가격대 성능비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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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의 KR오디오는 앰프 전문이지만 그 뿌리는 진공관 제작에 있다. 고전관을 현대에 맞게 개량해서 만들던가 자신들이 사용할 출력관을 자체 개발한다. 싱글로 50W를 뽑을 수 있는 초대형 삼극관 T1610과 이를 출력관에 채용한 크론질라 시리즈는 전세계 오디오 애호가들에게 충격을 준 바 있다. 300B도 생산하는데 오리지널 300B에 뒤지지 않는 성능을 갖고 있다고 한다. 300B는 사진과 같은 벌룬 타입과 표준적인 ST 타입이 함께 생산된다.

300B의 명관으로는 당연히 웨스턴 일렉트릭에서 만든 WE300B를 으뜸으로 꼽으며, 그 중에서도 1차 생산 중단되기 이전(1969년 이전)에 제작된 것들의 인기가 높다. 이 300B들은 ‘올드(Old)’라고 불리는데, 특히 올드 중에서 아랫 면에 ‘WE300B’ 글자가 새겨진 것은 ‘각인관’이라고 하여 더욱 고가에 거래된다. 1974년 NASA의 요청에 의해 만들어진 것들은 케이스에 AT&T사 마크인 종(Bell)이 인쇄되어 있으므로 ‘벨(Bell)’이라 부른다.

한편 WE275A는 300B와 유사한 형태의 직열 3극관이다. 히터 규격이나 플레이트 공급 전압이 300B와 같으며 다만 출력만 3W로 줄어들었다. 심지어 모양도 비슷하다. 8W를 낼 수 있는 300B의 히터와 동일한 히터 구조를 갖고 있으면서 출력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으니 오히려 여유있는 구동이 가능해서 3W이내에서는 300B보다 더 나은 소리를 낸다는 의견도 많다. 게다가 300B보다 가격도 훨씬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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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B는 싱글 구성의 인티앰프나 파워 앰프로 제법 생산된다. 채널당 8W의 출력은 2A3나 다른 삼극관을 생각하면 큰 출력이라고 할 수 있지만, 현대의 스피커를 울리기에 넉넉하다고는 볼 수 없다. 당연히 음압이 높은 스피커를 매칭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사진은 미국 캐리사의 CAD300SEI.

3. 출력, 분위기, 내구성의 3박자를 갖춘 211, 845

211은 무선 통신이나 의료기, 발진 회로 등에 사용되던 대형 3극 출력관, 845는 오디오용으로 개발되었던 대형 3극 출력관이다. 히터 전력은 두 관 모두 10V에 3.25A다.

플레이트 전압이 1000V나 되며, 싱글로 사용할 경우 두 진공관 모두 25W 수준의 대출력을 뽑을 수 있고 푸시풀로 구성하면 100W라는 엄청난 출력을 낼 수 있다. 두 관 모두 대형 4핀 소켓을 사용하고 핀 배열도 같지만, 바이어스 전압이 크게 다르므로 완벽한 호환은 되지 않는다. 211의 음색은 얌전하고 단정하며 섬세한 느낌이며 845는 이에 비해 호방하고 시원하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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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송신관들은 열에 매우 강해서 용접봉으로도 사용되는 토륨 텅스텐(Thoriated Tungsten)으로 필라멘트를 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점화되었을 때 빛이 일반 진공관보다 훨씬 환하며 독특한 분위기를 살려주는 경우가 많다. 또한 업무용으로 개발된 것이 많으므로 내구성이 좋아서 수명이 길다. 즉 출력도 세고 분위기도 좋고 내구성도 좋으므로 자작파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높은데, 전술한 바와 같이 일반적인 진공관 앰프보다 훨씬 고전압에서 동작하므로 제작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그리 간단하지는 않다.

211은 203으로부터 개발되었으며 제네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의 제품이 자주 보이고, WE이나 암페렉스 등도 제조했다. 군용으로 제조된 것의 형번은 VT4C다. 한편 801(VT62)도 유명하며 RCA에서 제작한 800, 803, 805, 830B를 사용하는 하이엔드 앰프 메이커도 간혹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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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진공관 앰프 메이커 유니슨 리서치는 초기부터 845를 출력관으로 채용한 대형 인티앰프에 집착해왔다. 사진은 845 앱솔루트로서 폭이 80cm에 달하는 초대형 인티앰프다. 채널당 대형 삼극관인 845 두 개를 사용하여 40W의 출력을 내는데, 두 개의 출력관은 푸시풀이 아닌 병렬로 구동된다.

4. 미그기에서 발견된 대형 3극관 6C33C-B

오래 전 냉전 시대에 구 소련의 최신예 전투기 MIG-25가 일본에 망명했던 사건이 있었다. 서방의 과학자들은 전투기 속 핵심 부분인 스코프에서 기이한 외형의 진공관을 발견했다.

과학자들은 아마도 그 진공관이 전자기파의 간섭을 배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조심스러운 결론을 내리게 된다. 그런데 그 진공관은 군사적 목적이 아닌, 하이엔드 오디오용으로 큰 인기를 끌게 된다. 바로 6C33C-B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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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C33C-B의 특징은 삼극관으로서 두 개의 필라멘트를 갖는 대형 방열관이라는 점. 히터 전류가 KT88의 네 배나 되므로 엄청 밝고 열이 많이 난다는 것도 특징이 될 수도 있겠다. 또한 군용으로 전투기에서 사용되었던 만큼, 열에 대한 변형이 없고 진동에 매우 강한 특성을 갖는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진공관의 임피던스가 현저히 낮아서, 진공관 앰프의 숙명이라고도 할 수 있는 출력 트랜스를 생략하고 OTL 구성으로 앰프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후 구 소련 출신의 엔지니어가 주재하는 BAT의 앰프에 탑재되어 우수성이 입증되었으며, 국내에서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라프라던가 줄 일렉트라에서 6C33C-B를 이용한 앰프를 만들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 출력관을 사용한 OTL 앰프가 자작파들 사이에서 한동안 유행하기도 했다.

단점으로는 임피던스가 낮은 만큼, 전극간의 간격이 매우 좁아서, 제작할 때 간격의 편차에 따라 전류량이 크게 변동한다는 점이다. 즉 품질 관리가 엄격히 되어야 하는데, 서방 세계에 알려진지 오래되지 않아 제작사가 많지 않고, 선택의 폭이 좁으므로 일일이 측정하여 선별하는 수밖에 없다. 맑고 투명한 해상도 높은 고역에 저역의 구동력이 좋아 단단하고 묵직한 소리를 내며 OTL 앰프로 제작하면 그 특성이 더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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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아인슈타인에서는 그들을 대표하는 플래그쉽 제품으로 6C33C-B OTL 모노블록 파워 앰프를 라인업했다.

5. 레어 아이템에서 신관으로 명맥을 유지하는 미국 고전관

진공관 탄생 이후 초기에 제작된 웨스턴 일렉트릭의 3극관 - 205D는 초기에는 전구처럼 둥근 모양으로 제작되다가 ST 타입으로 변경되었다. 싱글 구성시 2W의 출력을 내지만 생긴만큼 독특한 음을 내준다고 하여 인기가 높다. 다만 워낙 휘귀해서 오리지널은 거의 구하기가 어렵고 앰프로 출시되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 다행히 최근들어 풀뮤직에서 생산하고 있으므로 고전적인 분위기를 재현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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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뮤직에서 생산하는 초기형 205D. 외관만 봐도 독특한 소리를 내줄 것 같은 분위기다.

50은 250의 개량형으로 RCA에서 1932년경 개발한 것이다. 플레이트 전압 450V, 싱글 구성으로 4.6W를 얻을 수 있다. 트랜스 결합 회로를 사용하여 싱글앰프를 구성하면 독특한 중역의 질감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 VT52는 330V의 플레이트 전압으로 싱글 구성시 3W의 출력을 내며 웨스턴 일렉트릭, 하이트론, 실바니아 등에서 생산했다. 45는 VT52보다 조금 작지만 동등관으로 볼 수 있다. 고전관들은 희귀한 만큼 가격도 매우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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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관들은 출력이 작아서 앰프로 제품화된 것은 드물지만, 독특한 분위기와 소리를 갖고 있으므로 열혈 자작파들에게 인기가 높다. 고전관들은 구하기 어렵고 가격이 비싸지만, 다른 이들이 갖고 있지 못한 관으로 자신만의 소리를 낸다는 오디오 취미의 본질과 어울리는 구석이 있다.

6. 전설로 통하는 유럽의 고전관들

극렬 진공관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웨스턴 일렉트릭의 300B보다 유럽의 고전관들을 더 높은 위치에 두는 이들이 많다. 유럽의 진공관 메이커들은 미국계 진공관의 호환관이나 변형관을 많이 제작했지만 미국계 진공관에는 없는 독특한 제품들도 간혹 만들었다.

특히 ED라는 대형 3극관은 350V의 플레이트 전압으로 4W의 출력을 내는데 ‘꿈의 3극관’으로 불리며 동경의 대상이 된다. 너무 드물고 비싸다는 것이 함정. 외국 경매에 참여해서 구해오는 극렬 애호가를 본 적이 있는데, 진공관을 구해왔어도 핀 베이스가 미국계와 다르고 히터 전압도 4V인 경우가 많으며 관련 부품 역시 구하기 어렵다. ED는 텔레풍켄 이외에 지멘스나 AEG에서도 생산했는데, 물론 텔레풍켄의 것을 으뜸으로 친다.

한편 미국의 2A3와 유사한 특성으로 PX4와 AD1을 꼽을 수 있다. 이보다 큰 출력을 내는 PX25는 400V의 플레이트 전압으로 6W를 낼 수 있으며, 가지 모양의 고전관 모습이 특히 매력적인 진공관이다. 오스람(Osram), 마르코니(Marconi) 등 여러 메이커에서 만들었고, 현대관으로는 KR 오디오나 풀뮤직에서도 생산하고 있으며 메이커에 따라 LP25, DO24, PX5, PP5/400의 다양한 이름이 붙어있다. PX25를 개량하여 출력을 더 높은 진공관으로는 DA30을 꼽을 수 있는데 300B와 유사한 특성을 가진다. 모두가 미국계 진공관과는 다른 매력적인 소리를 내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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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두 개는 EB, 오른쪽 두 개가 ED이다. 노란색 베이스가 지멘스, 오른쪽 끝은 발보사 제품이다. ED는 대형 삼극관으로서 귀한 유럽계 고전관 중에서 ‘꿈의 삼극관’으로 불리는 최고의 진공관이다.

[출처 및 참고]

  • http://analogstyle.co.kr/archives/4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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