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극관의 구조
1. 진공관과 3극관의 구조
진공관의 원리에 대해 간단히 언급해보자. 진공관은 에디슨이 전구를 만들다가 발견한 현상, 즉 금속이 뜨겁게 가열되면 전자가 방출된다는 사실을 응용한 것이다(에디슨 효과라고 한다).
에디슨은 이 현상을 발견하고도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플레밍은 이를 주목했다. 가깝게 위치한 두 금속에 전압을 걸어두고, 한 쪽 금속만 충분히 뜨겁게 해주면 가열된 쪽에서 열전자가 튀어나올 것이다. 이때 다른 금속에 양의 전압을 걸어주면 전자는 (-)이므로 (+)에 이끌려 다른 금속으로 이동할 수 있을 것이다. 교류를 걸어주면 양쪽 금속에서 교대로 전자가 나와야 하지만, 한 쪽 금속만 가열되었으니 한 쪽에서만 전자가 나온다. 즉 한 방향으로만 전류가 흐르게 된다.
플레밍이 발명한 최초의 2극관. 교류 전압을 걸어주면 한쪽 방향으로만 전류가 흐르므로 정류기로 사용될 수 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두 금속이 가깝게 있으면서 한 쪽만 가열할 수는 없는 일이다. 두 금속이 모두 가열되면 양쪽 금속 모두에서 열전자가 방출되니 결국엔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 꼴이 된다.
플래밍은 좀더 머리를 썼다. 가열하는 쪽 금속은 뾰족하게 혹은 선 형태로 만들어서 면적을 작게 해주고, 다른 쪽 금속은 평평하게 넓은 면적을 갖도록 만든 것이다. 두 금속이 모두 가열되었다고 하더라도 좁은 면적에서 튀어나온 열전자는 넓은 면적으로 쉽게 흡수되지만 넓은 면적에서 튀어나온 열전자는 좁은 면적으로 이동하는 것이 무척 힘들게 된다.
이 아이디어는 충분히 성공적이었다. 다만, 공기 중에서 열전자가 방출되면 공기와 충돌하며 흐름이 원활하지 않고 X레이를 발생시킬 수 있으므로 금속들은 진공 유리병 안에 담기게 되었다. 이 새로운 장치는 ‘진공관(Vacuum Tube)’이라 불리게 되었고, 특히 두 개의 금속(극)을 갖고 있는 것은 다이오드(Diode)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진공관에서 다이오드라는 명칭은 현재 사용되지 않고 주로 반도체에서 사용된다).
사람들은 좀 더 고민을 했다. 양 금속 간에 큰 전압을 걸어놓고 가열을 하는데도 전류가 흐르지 않게 할 수는 없을까. 수도 밸브처럼 필요할 때만 흐르게 할 수는 없을까. 양 금속에 흐르는 전류를 마음대로 제어할 수 있다면 어떨까.
1906년 미국에서 드 포리스트라는 사람이 참신한 아이디어를 냈다. 두 금속 사이에 다른 금속을 두고 전압을 걸어줌으로써, 원래 두 금속 사이에서 전자의 흐름을 조절할 수 있었던 것이다. 드 포리스트의 진공관은 세 개의 금속(극)을 사용하므로 트리오드(Triode, 3극관)이라고 불리게 되었는데, 전자를 방출하는 쪽을 캐소드(Cathode), 받아들이는 쪽을 플레이트(Plate), 두 극 사이에서 전자의 흐름을 제어하는 쪽을 그리드(Grid)라 부르게 되었다.
드 포리스트의 3극관. 양극과 음극 사이에 컨트롤 그리드라는 전극을 추가함으로써 양극과 음극 사이에 흐르는 전류의 양을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3극관이 발명 이후 전기 산업은 혁신을 이루게 되었다. 말 그대로 무수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었는데, 대표적인 것은 ‘증폭’이었다. 애호가들 중에서 많은 분들이 증폭이라는 것은 작은 신호가 앰프 속에서 커져서 앰프 밖으로 나오는 것 - 예컨대 시내물이 강물이 되어 바다로 흐르는 것처럼 -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증폭은 ‘복제’의 개념에 가깝다.
즉 작은 전기 신호를 그리드에 가해주고, 플레이트와 캐소드 사이에 큰 전압을 걸어놓으면, 플레이트와 캐소드 사이에는 그리드에 가해지는 작은 전기 신호와 같은 모습이지만 훨씬 큰 신호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후 더 많은 전자의 흐름을 더욱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위해서 1910년대에 그리드가 2개인 4극관(테트로드, Tetrode)이 발명되었고, 3개인 5극관(펜토드, Pentode)이 뒤를 이었다. 진공관은 1914년에 발발한 1차 세계대전에서 크게 빛을 발하게 되었는데, 장거리 무선 신호를 증폭하기 위한 수요가 폭발적이었기 때문이다.
2. 방열관과 직열관
처음에 3극관이 개발되었을 때는 캐소드가 전구의 필라멘트처럼 생겨서 전기에 의해 직접 가열되는 방식이었다. 이 방식은 캐소드를 확실하게 가열할 수 있지만, 교류로 필라멘트를 가열하게 되면 험 노이즈가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다.
따라서 필라멘트를 캐소드를 별도로 두고 캐소드가 필라멘트의 열을 받아서 가열되는 방식이 개발되었는데 이를 방열관이라고 한다.
2A3나 WE300B처럼 3극관으로 우리에게 유명한 출력관들은 대개 직열형이다.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진공관 시대 초기에 발매되었던 3극 직열관의 소리가 ‘진짜’라고 믿고 있는 이들도 많다.
교류 점화 노이즈는 출력관이나 송신관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아서 오디오 애호가들에게 익숙한 300B나 2A3, 845나 211 는 모두 직열관의 구조를 갖고 있다.이 노이즈는 직류로 필라멘트를 가열하면 사라지지만, 대형 출력관의 경우에는 필라멘트를 가열하기 위한 전력이 무척 크므로, 특히 예전에는 직류 점화가 매우 드물었다.
요즘 하이엔드 제품들을 보면 초단관부터 출력관까지 모두 직류 점화하는 제품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는데, 따라서 진공관의 구조보다는 진공관이 낼 수 있는 음색에 더 깊은 관심을 갖는 시대가 되었다고도 할 수 있겠다.
프리앰프, 초단이나 드라이브단에 사용되는 조그만 진공관들도 대개가 3극관이다. 단, 교류 점화시 험 때문에 미니어처 진공관들은 대개 방열형의 필라멘트를 가지고 있다.
한편, 초단이나 드라이브단에 사용되는 진공관의 경우에는 점화 노이즈가 심각하여 12AX7과 같은 미니어처 3극관들은 거의 모두가 방열관의 구조를 갖고 있다. 출력관으로 사용되는 것 중에서도 6C33 계열은 3극관이면서 방열관의 구조를 갖고 있고, 오디오용으로 널리 사용되는 5극관들 - EL34, KT88, 6L6 등은 거의 모두가 방열형 구조를 갖는다.
6C33 계열은 러시아에서 군용으로 제작된 3극관인데, 방열형의 필라민트가 2중으로 되어 있어 내구성이 좋고 높은 출력을 낼 수 있다. 서방 세계에 알려진 이후 파워 앰프의 출력관으로 종종 사용되며, 임피던스가 낮아 OTL앰프의 출력관으로도 활약하게 되었다.
[출처 및 참고]
- http://analogstyle.co.kr/archives/4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