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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관과 트랜지스터 앰프의 특성

1. 진공관과 트랜지스터의 동작 원리 차이

진공관은 도체 사이에 간극을 두고 한쪽 도체에 열을 가하게 되면 전자가 방출되는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한쪽 전극(캐소드)은 뽀족하게 만들고(또는 가늘게 만들어 면적이 좁게 해도 된다) 다른 쪽 전극(아노드)은 평평하고 넓게 만들면 뽀족한 쪽 전극에서 방출된 전자는 넓은 전극으로 자유롭게 이동하게 되며, 넓은 전극에서 방출된 전자는 뽀족한 전극 쪽으로 이동하기가 어려우므로 전자가 한 방향으로만 이동하게 된다.

이 때 전극 사이에 또 다른 전극(캐소드)을 두고 전압을 걸어주면 전압의 크기에 따라 전류의 흐름을 제어할 수 있다. 이것이 진공관의 원리이며, 진공관은 전자의 흐름만을 이용하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한편 공기 중에서 전극 사이에서 열전자가 발생할 때 X선이 발생하므로 전극 주위는 진공으로 만들게 되었다. 그래서 진공관이다.

반면에 트랜지스터는 실리콘을 베이스로 하고, 불순물을 첨가하여 잉여 전자를 발생시키거나(n형), 전자가 들어갈 수 있는 잉여 공간을 만들어(p형) 이를 접합한 구조로 만든다. p형과 n형을 접합하고(pn) 전압을 걸어주면 잉여전가가 빈공간으로 이동하므로 전류는 한 방향으로만 흐르게 된다(다이오드의 원리). 그런데 pnp, npn처럼 세 개의 층을 만들어 접합하면 하나는 (+) 전압을 증폭할 수 있고 다른 하나는 (-) 전압을 증폭할 수 있게 된다.

즉 트랜지스터는 전자만을 이용하는 진공관과 달리 전자와 정공(전자가 안착할 수 있는 공간)을 이용하는 장치가 된다. 그래서 진공관은 (+)만을 증폭하거나 (-)만을 증폭하는 진공관이 따로 없지만, 트랜지스터는 상보(Complementary) 소자라고 하여 특성이 동일하면서 (+)만을 또는 (-)만을 증폭하는 짝이 존재하게 된다.

한편 진공관은 아노드와 캐소드 사이에 전압을 걸어주면 (히터가 켜있을 경우) 항상 전류가 흐르고, 그리드에 전압을 가하므로써 이를 제어하게 되지만, 트랜지스터는 컬렉터와 에미터 사이에 전압이 걸리더라도 전류가 흐르지 않으며 베이스에 전류를 흘려 주어야만 동작을 시작한다는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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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관은 전자의 흐름만을 이용한다. 반면에 트랜지스터는 전자와 정공을 이용한다. 진공관은 필라멘트를 가하고 전압을 가하면 전류가 흐르고 이를 제어하기 위해 그리드에 전압만 걸면 되지만, 트랜지스터는 전압을 걸어도 전류가 흐르지 않는다. 트랜지스터는 베이스에 전류를 흘려줘야만 동작을 시작한다. 진공관과 트랜지스터의 근본적인 차이다.

2. 진공관과 트랜지스터의 왜율 특성

진공관과 트랜지스터의 구조적인 차이는 소리에 있어서 왜율이나 음색의 특성 차이로 나타난다.

트랜지스터의 왜율 특성은 하드 디스토션(hard distortion)이라고 하여 정격 출력 안에서는 아주 낮은 왜율을 유지하고 있으나 정격 출력을 벗어나게 되면 일그러짐이 현저하게 느껴지게 된다.

반면에 진공관 앰프의 왜율 특성은 소프트 디스토션(soft distortion)이라고 하여 정격 이상의 파워에 대해서도 일그러짐이 서서히 증가하므로 순간적인 피크에서 일그러짐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트랜지스터 앰프에 포함되는 고조파 왜율 성분은 원래 음악 파형의 홀수 배(엄밀하게는 짝수 배도 조금 섞여 있다고 함)가 되는데 비해, 진공관은 짝수 배이므로 진공관 앰프의 왜곡은 귀에 거슬리지 않는 특성이 있다.

문과계 애호가들은 인상을 찌푸릴지도 모르지만 사인이나 코사인 함수를 머릿속에 그려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파형이 짝수 배가 되면 곡선의 굴곡(딥과 피크)이 일치해서 원래의 기본 파형을 어느 정도 유지하지만, 홀수 배면 딥과 피크가 어긋나서 원래의 파형과 크게 어긋나는 것이다.

진공관 앰프는 출력이 작더라도 스피커를 우렁차게 구동한다는 이야기가 종종 나오는 이야기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이러한 진공관의 왜율 특성은 빔관, 5극관 등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부품 자체의 특성이다.

재미있는 것은 진공관 중 3극 직열관인 2A3, 300B등은 왜율 특성이 오히려 트랜지스터와 상당히 유사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진공관의 포근한 소리가 좋다고 하면서 300B와 같은 고전 직열 3극관만을 고집하는 분들을 보면 어딘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진공관 고유의 소리, 소위 ‘웜톤(Warm Tone)’은 직열 3극관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직열 3극관으로는 오히려 하이엔드 TR앰프와 유사한 섬세한 고역과 해상도를 느낄 수 있다.

3. FET

반도체지만 FET의 경우에는 동작 원리가 진공관과 유사하다.

소스와 드레인 사이에 전압을 걸면 (진공관처럼) 전류가 흐르며, 이를 게이트의 전압으로 제어하는 구조다. 그래서 왜율 특성도 진공관과 상당히 유사하고 짝수차 왜곡을 갖는다. 따라서 FET 앰프의 시청기를 보면 “진공관 앰프와 같은 따사로움..” 운운하는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지도 모른다.

이토록 왜율 특성이 음질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중요한데, 재미있는 것은 FET나 진공관 앰프가 아닌 일반 TR앰프에 짝수배(2차) 일그러짐을 1~2% 부가하면 진공관 앰프와 매우 유사한 음질 경향이 된다고 한다.

진공관 앰프의 이와 같은 왜율 특성은 값싼 디지털 기기에서 나오는 신경질적인 고역을 적절하게 부드럽게 만들어 주기도 하며, 우리에게 자연스런 느낌을 선사하기도 한다. 한편 트랜지스터에는 기본적으로 ‘샤~’ 하는 열잡음이 포함되고, 진공관에는 대부분 ‘웅~’하는 약간의 험이 포함되어 이 또한 트랜지스터와 진공관 소리를 명확하게 구분짓게 하는 요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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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문트는 FET를 출력석으로 사용하는 것을 선호하는 메이커다. FET는 진공관과 유사한 특성을 가지며 트랜지스터와 달리 열폭주 현상이 없다. 사진은 미메시스 8 파워 앰프로 히다치사의 2SK134와 2SJ49를 출력석으로 사용한다. 1990년대 초반 국내 한 오디오잡지에 이 출력석을 이용한 60W급 앰프의 자작 기사가 소개되면서 자작 붐이 일기도 했다.

4. 출력 트랜스포머의 영향도 매우 크다

한편 진공관 앰프에는 출력 트랜스포머(속칭 트랜스)가 개입되는 것도 음질에 큰 영향을 준다.

진공관은 출력 임피던스가 높으므로 예외의 OTL 앰프가 아니라면 반드시 출력 트랜스포머가 필요하다(진공관 앰프의 출력 트랜스포머 참조). 그런데 출력 트랜스는 높은 고역과 낮은 고역의 통과를 방해하는 밴드 필터의 역할을 하므로 트랜스의 성능과 특성이 앰프의 음질에 큰 영향을 준다.

대체로 양질의 출력 트랜스를 거친 음은 협대역의 느낌이 드는 경우도 있지만, 중역이 충실하고 저역이 풍성한 음이 되며 윤기 있고 따듯한 느낌을 준다. 트랜스 자체가 코일의 성질을 갖고 있으므로 저역으로 내려갈수록 임피던스가 낮아지며, 스피커의 저역 제동력이 향상되며 역기전력의 영향도 감소시키는 효과도 크다.

한편, 진공관을 병렬 연결하여 트랜스포머 없이 스피커와 직결한 OTL 앰프의 경우에는 광대역이면서 또렷한 트랜지스터 앰프와 유사한 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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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푸터맨 타입의 OTL 앰프를 제작하는 아트마-스피어(Atma-sphere)의 MA-2. OTL 앰프는 진공관 앰프에서 출력 트랜스포머를 생략한 것으로 광대역이고 생생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다만 직결을 위해 진공관 다수를 병렬 연결하는 구조이기 때문이 발열 문제나 안정성 문제가 대두된다.

트랜지스터 앰프의 경우에도 매킨토시처럼 출력단을 스피커와 직결하지 않고 출력 트랜스를 통해 연결하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이 경우 음질에서 윤기 있고 넉넉한 느낌을 주게 되며, 특히 부하가 안정되므로 앰프의 내구성이 크게 증가한다.

앰프에 있어서 감초처럼 등장하는 NFB의 양에 대해서도 차이가 있는데, 많은 진공관 앰프의 경우 출력 트랜스로부터 소량의 NFB를 초단으로 보내는 경우가 많으며, 트랜지스터 앰프의 경우 다량의 NFB를 걸어주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음질 상의 차이로 드러난다.

  1. 전압의 영향은 캐패시터에서 캐패시터는 잘 떨리는(잘 진동하는) 부품으로 알려져 있다. 스피커의 네트워크나 앰프의 캐패시터 어레이에 실리콘 등을 바르거나 커버를 입혀 댐핑시키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는 캐패시터의 진동을 억제하여 좀더 좋은 음을 들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캐패시터는 높은 바이어스에서 동작해야 음이 좋다는 이야기가 앰프 설계자나 자작 애호가들 사이에 받아들여지고 있다. 캐패시터는 교류만을 통과시키는데, 직류 전압이 어느 정도 걸려 있어야만 한다는 뜻이다.

최근 JBL의 스피커 중에는 DD66000이나 K2 S9500, K25500 등 네트워크에 배터리를 장착하도록 한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도 캐패시터에 바이어스를 걸기 위함이다. 또한 오디오퀘스트의 케이블에도 36V나 72V의 배터리를 사용하도록 되어 있는 것도 케이블 표피의 캐패시턴스를 고려한 것이다. 캐패시터는 흐르는 교류 신호에 맞춰 미세하게 진동하는데, 바이어스 전압을 걸면 이 진동이 안정된다는 것이다.

진공관의 경우 워낙 높은 전압이 걸리므로 커플링 캐패시터도 보통 200V 이상의 바이어스 전압이 걸린다. 반면에 트랜지스터의 경우 바이어스 전압이 거의 걸리지 않으므로 캐패시터의 진동 안정성 측면에서는 진공관 앰프가 유리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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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렐 KST-100의 내부. 출력 트랜지스터에 주목하자. 트랜지스터는 개별 출력은 진공관보다 작을지 몰라도 크기가 작으므로 이런 구성이 가능하다. 즉 그리 크지 않은 크기로 전류 공급 능력이 우수한 또는 고출력의 앰프를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진공관을 채널당 10개씩 사용한 앰프라면 상상만 해도 골치가 아파진다.

[출처 및 참고]

  • http://analogstyle.co.kr/archives/3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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